[추락사①] 임금과 바꾼 목숨…사람이 떨어진다
M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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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공사장이나 공장에서 쓰는 안전모 입니다.

이 모자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노동자와 함께 추락을 했다는, 그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는 겁니다.

MBC는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후진적인 산업 재해, 추락사를 통해서 우리 사회, 노동 현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점수를 매겨 보려 합니다.

최근 3년간 추락사한 1,136명의 죽음을 하나씩 부검했고 그 결과를 오늘부터 연속 보도합니다.

먼저, 추락사로 고통받는 산 자들의 이야기를 김세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해운대를 앞마당에 둔 부산 최고층 빌딩 엘시티입니다.

공사가 한창이던 2018년 3월, 55층에서 유리 외벽을 설치하던 노동자들이 추락했습니다.

벽에 붙어있던 이동식 작업대와 한꺼번에 떨어진 겁니다.

작업대에 타고 있던 3명을 포함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습니다.

한 뼘 거리가 생사를 갈랐습니다.

혼자 옆 작업대에 안전벨트 고리를 걸어 목숨을 건진 김효완 씨.

[김효완/엘시티 추락사고 생존자]
"그 순간에는 '아 이제 죽는구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저는 마침 안전벨트 때문에 걸려서 매달려 있고…"

200m 높이에 매달려 끔찍한 상황에 몸서리쳤습니다.

[김효완/엘시티 추락사고 생존자]
"밑에를 쳐다보니까, 아래를 보니까 동료들이 내려가면서 막 발버둥 치면서 살려고 하는 그 모습들이 지금도 안 잊히고…"

김 씨는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병원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김효완/엘시티 추락사고 생존자]
"심장이 막 뛰고 몸을 못 움직이겠더라고요. 숨도 못 쉴 거 같고. 그런데 그런 현상이 아직도 있습니다."

## 광고 ##지난해 4월, 경기도의 한 건설 현장에서 숨진 26살 김태규 씨.

문이 닫히지도 않은 승강기를 타고 폐자재를 나르다 5층에서 떨어졌습니다.

일한지 사흘되던 날이었습니다.

일용직이라 변변한 안전화도 받지 못해 운동화를 신고 일했습니다.

듬직한 아들의 죽음 이후 가족의 일상은 한순간에 달라졌습니다.

[신현숙/故 김태규 어머니]
"죽은 사람은 한 가정의 아빠이자, 아들이자, 딸이자, 한 명이지만요. 그 한 명의 가족들이 모두 지옥에서 살아요."

일하다 떨어져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들.

사고 원인을 들여다봤더니 안전 승인도 받은 않은 승강기를 회사가 무리하게 운행하지 않았더라면 안전 책임자가 이동식 작업대 부착 설비를 한 번만 미리 점검했다면 비극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김효완/엘시티 추락사고 생존자]
"누가 나와서 크게 관리 감독하고 '조심해라' '어떻게 해라' 그런 교육도 별로 없었습니다."

[김도현/故 김태규 누나]
"승인조차 받지 않은 저 화물용 엘리베이터에, 그것도 이 건물의 가장 높은 층에서 안전장비 하나 없이 일을 시켰다는 게…"

최근 3년간 추락해 숨진 1,136명의 죽음의 이유를 부검했습니다.

사고 당시 조사 보고서부터 판결문까지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생명줄인 이런 안전벨트라도 걸었다면 살 수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노동자가 6백명이 넘습니다.

안전벨트를 못 받았거나, 있어도 고리를 걸 데가 없어 무용지물이었습니다.

1천여 건은 추락방지그물이나 작업발판, 안전난간 같은 안전시설이 없었습니다.

모두 법이 정한 사업주나 회사의 책임입니다.

최소한의 안전장비인 안전모 하나 받지 못한 채 숨진 노동자만해도 177명에 이릅니다.

MBC뉴스 김세로 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영상편집: 조기범)

인터랙티브

* MBC 기획취재팀 [사람이, 또 떨어진다] 추락사 1136 추적보도
http://imnews.imbc.com/newszoomin/groupnews/groupnews_13/index_day1.html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